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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이집사의 펫로스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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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134회 작성일 23-05-0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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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장의 청첩장을 같은 날에 받았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예식이다. 당연히, 한 곳만 참석할 수 있다.
정말 친한 동생의 결혼식과 사랑했던 사람의 결혼식. 여러분의 선택은? 난 전자를 택했다. 축의금은 보냈으니 뭐 괜찮겠지.

나와 만났을 당시 그녀는 22살의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고,
나는 15살의 고양이. 노령묘와 함께한다는 공통점이 빠르게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짧은 썸과 몇 개월의 연애를 남기고 헤어졌다. 

연애가 끝났을 때, 당신은 어떻게 극복하는가? 다른 사랑으로? 일로? 술로? 운동으로?
각자의 방식이 있겠지만, 나는 일을 택했다. 정말 열심히 일하다 보니 시간이 해결해 주더라.

그녀의 청첩잡을 받았을 때, 떠오른 건 그녀의 고양이,
나이 때문에 눈이 잘 보이지 않아 이리저리 부딪히던 까만 아이. 식탁 다리 같은 모서리에 스폰지를 붙이던 그녀의 모습.

그녀의 고양이는 22살에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고 한다.
고양이 화장장이 있는 근처 도시에 가서, 잘 보내주었고 집에 잘 모셨다고. 괜찮냐? 물었더니 괜찮다더라. 그리고 정말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나눴던 이야기 요약.
‘이별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가장 힘든 경험 중 하나이다.
고통스럽고 감정적인 과정일 수 있지만 상처와 마음의 상처 속에서도 아름답게 헤어지는 것은 가능하다.’

슬프거나, 화가 나거나, 혼란스러워하는 것은 괜찮다. 자연스러운 감정이니까. 대상이 이제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기.

어느 정도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화장장에서 염을 하고 화장을 하고 예를 갖춰 보내줬더니
조금 마음이 후련하다고 한다.
난 땅에 묻어줬지만, 사람마다 저만의 방식이 있는 것이니까.

아름답게 헤어지는 것이 정말 존재할까?
다만, 함께 공유했던 좋은 시간들을 기억하고 그 기억들을 소중히 남기는 것은 가능할지도.
지난 주 예식이 끝나고 올라온 그녀의 행복한 사진들을 보며 나도 미소가 지어졌다.
행복했던 시간들은 마음 속에 잘 남기고, 앞으로의 행복을 빌어주는 마음을 가지고.(결혼식은 차마 못갔지만, 친한 동생 결혼식이 같은 날이 아니어도 못 갔을 걸?)

결혼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며, 또 다른 고양이와 함께하는 그녀의 행복을 기원하며. 총총.


#나도결혼하고싶다고
이집사 결혼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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