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이집사 펫 에세이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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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807회 작성일 23-03-1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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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내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
할머니는 여든이 조금 넘어 돌아가셨다. 중환자실에 잠시 계시긴 했지만, 그래도 정정하셔서 우리 어머니 그러니까 둘째 며느리와 함께 돌아가실 즈음에 온천 나들이도 다니셨다. 어렴풋이 할머니의 노년을 떠올려보면, 점점 더 며느리들에게 의존하셨다는 게 기억난다. 예를 들면 본인이 정정하셨을 때는 집안 대소사 음식을 만들 때 주방 대장이었는데 점점 물끄러미 며느리들의 뒷모습만 바라보시곤 했다던가. 목욕탕에서 힘없이 작은 등을 내주고 앉아 있다던지.
알록달록한 꽃무늬 조끼를 참 좋아하셨는데, 조끼와 어울리는 머리핀을 드렸을 때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이 할머니에 대한 마지막 좋은 기억이다. 점점 어리광이 늘어가시다 하늘로 가신 우리 고운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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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양이 요요는 2005년 오월에 태어났다. 코리안 숏헤어, 길고양이로 태어나 올해로 열여덟 살이 된다. 사람의 나이로 계산하면 대략 여든 여덟 살 정도라고 네이버가 알려줬다. 나의 이십대와 삼십대 그리고 사십대 초반인 지금까지 함께 할 줄은 아마 그도 나도 그때는 알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처럼 고양이도 다 성격이 다르다고 하지만, 요요는 참 드센 아이였다. 한번 품에 안을라치면 한참을 어르고 달래야 아주 잠깐 품을 허락한달까? 같이 살다가 지금은 하늘로 간 비누, 샴 고양이가 처음 본 사람에게도 달려드는 무릎냥이였다면 요요는 여간해서는 사람들 곁에 가길 꺼려했다. 그리고 조금씩 변했다.
어느 날이었다고 콕 찝어 말할 수는 없지만, 어느새 요요는 겨드랑이를 파고 들었고, 내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오기 시작했다. 아침에 눈 뜰 때부터, 화장실 그리고 출근하는 문 앞까지. 끊임없이 울고 또 울면서.
요요는 한살 한살 나이를 먹으며 그렇게 더더 아이가 되어갔다. 더 많은 손길이 필요하고, 더 많은 관심을 원하는 그렇게 할아버지가 되어갔다. 사람도 동물도 나이가 들어갈 수록 아이가 되어간다. 어리광이 필요한 나이. 하지만 싫지만은 않다. 요요가 나이를 들어갈수록 나도 그에 대해 더 알게 된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내 얼굴을 때리는 이유, 하이톤은 밥, 로우톤은 화장실. 골골골은 배를 긁어라, 야옹은 뒤통수를 긁어라.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이제 십년 수년이 더 되어간다. 여전히 그리운 할머니, 내 무릎에 앉아 골골대는 요요를 쓰다듬으며 할머니를 기억해 본다. 더 어리광을 부려도 좋으니, 오래오래 내 무릅 위에 요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맥주를 기울인다.
글 작성: 이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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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글 등록 메일: graycolor7942@naver.com
고양이,이집사,펫에세이
할머니는 여든이 조금 넘어 돌아가셨다. 중환자실에 잠시 계시긴 했지만, 그래도 정정하셔서 우리 어머니 그러니까 둘째 며느리와 함께 돌아가실 즈음에 온천 나들이도 다니셨다. 어렴풋이 할머니의 노년을 떠올려보면, 점점 더 며느리들에게 의존하셨다는 게 기억난다. 예를 들면 본인이 정정하셨을 때는 집안 대소사 음식을 만들 때 주방 대장이었는데 점점 물끄러미 며느리들의 뒷모습만 바라보시곤 했다던가. 목욕탕에서 힘없이 작은 등을 내주고 앉아 있다던지.
알록달록한 꽃무늬 조끼를 참 좋아하셨는데, 조끼와 어울리는 머리핀을 드렸을 때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이 할머니에 대한 마지막 좋은 기억이다. 점점 어리광이 늘어가시다 하늘로 가신 우리 고운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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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양이 요요는 2005년 오월에 태어났다. 코리안 숏헤어, 길고양이로 태어나 올해로 열여덟 살이 된다. 사람의 나이로 계산하면 대략 여든 여덟 살 정도라고 네이버가 알려줬다. 나의 이십대와 삼십대 그리고 사십대 초반인 지금까지 함께 할 줄은 아마 그도 나도 그때는 알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처럼 고양이도 다 성격이 다르다고 하지만, 요요는 참 드센 아이였다. 한번 품에 안을라치면 한참을 어르고 달래야 아주 잠깐 품을 허락한달까? 같이 살다가 지금은 하늘로 간 비누, 샴 고양이가 처음 본 사람에게도 달려드는 무릎냥이였다면 요요는 여간해서는 사람들 곁에 가길 꺼려했다. 그리고 조금씩 변했다.
어느 날이었다고 콕 찝어 말할 수는 없지만, 어느새 요요는 겨드랑이를 파고 들었고, 내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오기 시작했다. 아침에 눈 뜰 때부터, 화장실 그리고 출근하는 문 앞까지. 끊임없이 울고 또 울면서.
요요는 한살 한살 나이를 먹으며 그렇게 더더 아이가 되어갔다. 더 많은 손길이 필요하고, 더 많은 관심을 원하는 그렇게 할아버지가 되어갔다. 사람도 동물도 나이가 들어갈 수록 아이가 되어간다. 어리광이 필요한 나이. 하지만 싫지만은 않다. 요요가 나이를 들어갈수록 나도 그에 대해 더 알게 된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내 얼굴을 때리는 이유, 하이톤은 밥, 로우톤은 화장실. 골골골은 배를 긁어라, 야옹은 뒤통수를 긁어라.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이제 십년 수년이 더 되어간다. 여전히 그리운 할머니, 내 무릎에 앉아 골골대는 요요를 쓰다듬으며 할머니를 기억해 본다. 더 어리광을 부려도 좋으니, 오래오래 내 무릅 위에 요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맥주를 기울인다.
글 작성: 이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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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첫 에세이 감사합니다.